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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에 도움되는 글/옛명칭을 음으로 봐야 되는 이유

옛 명칭들을 뜻이 아닌 발음으로 봐야 되는 이유

by 성수록 2024. 3. 22.

◉ 예: 서왕모의 변천

서왕모(xi wang mu, 西王母)

<산해경·서산경>(년대미상): 영모지산에서 서쪽으로 3백5십리, 옥산이라 부르는데 서왕모가 살고있는 곳이다. 서왕모는 그 모양이 사람 같으며 표범의 꼬리에 범의 이빨을 갖고 있으며 표효를 잘한다. 머리칼은 흐트러지고 생(胜,머리장식품)을 쓰고 있다.

<산해경·해내북경>: 서왕모가 탁자에 기대여있고 생을 쓰고있다. 삼청조가 있어 먹이를 취하여준다.

<산해경·대황서경>: 서해의 남쪽, 유사의 변두리, 적수의 뒤, 흑수의 앞에 큰산이 있는데 곤륜의 언덕이라 부른다. 인면호신의 신이 있는데 무늬가 있고 꼬리가 있으며 모두 흰색이고 여기에서 산다. 그 아래에는 약수의 못이 둘러져있다. 그 밖에 염화지산이 있는데 무언가 집어넣으면 곧 불탄다. 생을 쓴 사람이 있는데 범의 이빨, 표범의 꼬리를 갖고 있으며 굴에서 산다. 이름은 서왕모라 한다.

<목천자전>(전국시대) 권3: 천자가 서왕모의 손님으로 갔다. 백옥홀에 검은 벽옥을 들고 서왕모를 만나 꽃무늬 비단띠 백필, 흰색 비단띠 삼백필을 드리니 서왕모가 거듭 인사하며 받았다. 을축일, 천자가 서왕모의 요지에서 술잔을 드니 서왕모가 천자를 위해 노래하여 말하길: "하늘에 흰구름이 있고 구릉이 여기저기 있으며 길은 멀고 산과 강이 사이에 있으니 천자가 죽지 않는다면 다시 올수 있겠지요." 천자가 답하여 말하길: "제가 동토로 돌아가면 제하를 화목하게 다스려 만민이 평등해진후 돌아와 당신을 만나리다. 삼년 지나면 평야로 다시 돌아오리다." 서왕모가 또 천자에게 읊어 말하길: "그대의 서토, 먼 들판에 살면서 범과 표범들과 무리 짓고 까치와 같이 살며 운 좋게 옮기지 않고 살지만 나는 그저 제왕의 딸일뿐, 당신들의 백성들은 어떠한가 천자가 또 가신다면 생황을 불고 북을 치며 마음이 들뜨겠지요. 만민의 천자여 그대만이 하늘이 바라는바요."

<회남자>(서한시대): "서왕모는 유사의 변두리에 거주하는데 금성군 임강현(현 청해성 황중현 북쪽 다파진서쪽, 황수 남쪽 기슭 <湟水南岸>) 서북성채밖에 있다. 하나라 걸왕이 덕을 잃고 서왕모가 머리장식을 풀며 황제가 길게 탄식하였다. 후예가 서왕모에게 불사약을 구하니 상아가 훔쳐 먹고 신선으로 변하여 달로 갔다."

[냐03-단갈고성,황원현]

<한무제내전>(년대미상의 소설): 서왕모가 전에 올라 동쪽을 향해 앉았다. 무늬가 선명한 황금빛 긴 저고리를 입었는데 숙연하고 아름답다. 영비띠를 두르고 아름다운 검을 찻으며 태화상투를 하고 태진침영관을 쓰고 검은 봉황이 새겨진 버선을 신었다. 삼십여세에 키도 맞춤하고 그지없이 아름답다. 용모가 절세이고 영특한 사람임이 틀림없다.

도교에서 선녀로의 변신: 서왕모는 곤류사이에 거주하낟. 성이 천리이고 옥루가 열둘이다. 듣는바에 의하면 서왕모는 아름다운 옥으로 깎아만든 영롱하고 투명한 구중궁전에서 사는데 궁전밖에는 구불구불한 천메터에 달하는 금빛 성벽이 있다.남신들이 궁전의 오른모퉁이에 살며 왼쪽 모퉁이에는 아름다운 선녀와 여신들이 산다.

한나라 초기에 후예가 서왕모한테서 불사약을 구했는데 상아가 훔쳐먹고 달에 갔다는 전설이 있었다. 한나라때 도교가 흥하면서 서왕모에 대해 숭배하고 그 신분을 높이기 시작하였다.그후 다시는 범 이빨에 표범의 꼬리를 가진 서왕모의 모습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흐트러진 머리에 관을 쓰고 범 이빨에 표호를 잘하는 서왕모는 서왕모의 사신 서방백호신으로 변신한다.

<이아>란 책은 대략 전국시기에 씌여졌는데 <십삼경>중 하나에 속한다. 이 책에는 서왕모가 고대 부락의 이름이라고 하였다. 이에 근거하여 어떤 이는 서왕모를 "서융"의 옛이름이라고도 하였다.

또 어떤이는 고대 부락의 토템으로 사자나 원숭이류의 토템으로 보기도 한다. 또는 무당이나 여제사장으로 보는 이들도 있다.

산해경의 묘사로 보면 사실 그 형상이 사자와 가깝다. 사자는 선진시대에 "산예[suān ní]"로 불리기도 했는데 서왕모와 발음상 비슷하며 "산예"를 발음 그대로 받아적은 것일수도 있다.

◉ 예: 불함산과 불산

불함산(bu xian,不咸山)

불함산은 장백산(백두산)의 옛 이름이다.

<산해경>: "대황의 가운데 산이 있는데 이름은 불함이며 숙신씨의 나라이다. 소금처럼 흰데 짠 맛이 없다. 때문에 불함산(짜지 않은 산)이라 불렀다."

불함의 한자음은 "부쌘, bu xian"으로 "불"은 연료를 태워서 생기는 "불"을 음으로 적은것이며 "쌘"은 "산"을 음으로 적은것이다. 즉 "불산(화산)"을 발음 그대로 한자로 적은것이며 그 뒤에 "산"자를 덧 붙혀서 "불함산"으로 되였다.

◉ 예: 부상과 불산

부상(fu sang,扶桑)

<산해경·해외동경>: "탕곡위에 부상이 있다. 십일을 목욕시킨다. 흑치의 북쪽에 있다. 물속에 거주하며 큰 나무가 있는데 구일은 아랫 가지에서 살고 일일는 윗 가지에서 산다. " 곽박(276년~324년)의 주석: "부상은 나무이다."

한나라때 동방삭이 편찬했다는<해내십주기>: "큰나무들이 많으며 잎은 뽕잎 같고 오디열매가 열린다. 큰 나무는 높이가 이천장이며 둘레도 이천이 된다. 나무는 한뿌리에서 쌍으로 자라며 서로 의거하는데 부상이라 부른다."

진의 곽박이 쓴 <현중기>: "천하의 제일 높은것으로 부상은 가지가 없으며 하늘에 치솟았고 뒤틀렸지만 굽지않았고 삼천으로 통한다."

부상은 한자음이 "부쌍 fu sang"으로 역시 "부"는 "불"을 음으로 적은것이고 "쌍" 역시 "산"을 음으로 적은것이다. "부상" 역시 "불산"을 발음 그대로 한자로 적은것이다.

 

  예: 기타 틀린 해석 
<와집窝集>: 만주어로 "삼림"을 가리킨다. 즉 길림, 흑룡강 일대의 원시삼림을 원주민들이 "와집"이라 부른다.

<말갈靺鞨>: "말갈"은 옛 퉁구스어인데 정확히 말하면 퉁구스-옥저어이다. 후에 어원커(鄂温克), 어룬춘(鄂伦春), 허저(赫哲), 시버(锡伯) 등 민족의 언어로 발전하였다. "말갈"을 원음으로 "olgi"이라 적을수 있는데 "워지沃沮", "워지窝集", "우지勿吉", "와얼커지瓦尔喀(基)" 등으로 읽을수 있으며 "머허靺鞨(mo he)"로 읽어서는 안된다. 왜냐하면 본래 발음이 "olgi"이기 때문이다. 퉁구스-옥저어에서 "olgi"은 "솟구쳐 오르는 샘물"을 의미한다.

"말갈"을 북위 때에 "우지勿吉"이라 적었는데 수당시기에 와서 비슷한 발음의 "머제靺羯"로 바뀌였다가 누군가에 의해 "갈羯"자를 비슷한 한자 "갈鞨"로 바꾸면서 "머허靺鞨(mo he)"라는 틀린 발음이 생기게 되였다. 사실 이것들은 모두 "와집窝集"을 비슷한 발음의 다른 한자로 적은것이다. 또 "우집渥集", "오계乌稽", "와계窝稽", "아아阿儿", "옥저沃沮", "오적합兀狄哈" 등 다른 한자로도 기록되였다. 

사실 위의 모든 명칭들은 사실 "연지胭脂"에서 오며 또 "영지令支", "리지离支"라고도 한다. "연지"는 소호금천씨 때의 "엄자씨弇兹氏"에서 온 말이다. 금천씨 초기에 "현조玄鸟"를 토템으로 하였는데 그 현조가 바로 "제비" 즉 "연자燕子"이다. 때문에 "엄자"라는 단어는 "연자"에서 온듯하다. 나중에 "아름다운 여성", 또는 여성의 얼굴에 바르는 "연지"로도 불리였다. "삼림"이라던가 "솟구쳐 오르는 샘물"이라던가 이러한 해석은 사실을 알지 못하는 누군가가 당시 상황에 맞추어 아무렇게나 내놓은 해석에 불과하다 . (상세한 해석은 "연지, 월지, 옥저" 편에)

이런 예는 현재에도 있다.  "비암산"을 발음 그대로 "pi yan shan,琵岩山"으로 받아적은 후 원래 뜻과 전혀 상관없이 "하늘에서 선녀가 비파(琵琶)를 떨어뜨렸는데 그것이 바위로 굳어져서 "비암산"이라고 부른다"고 해석한 예가 있다. 사실 여기서 "비암"은 "뱀"을 말하며 "비암산"은 "뱀산"을 뜻한다.

옛 기록들을 살펴보면 익숙하지 않은 타민족이거나 타국의 명칭을 발음 그대로 한자로 적었는데 그 본래 뜻을 알수 없는 이들에 의해 그 명칭들을 적은 한자(漢字)의 뜻으로 해석한 예가 흔하다.